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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01.01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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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붉은 악마' 논쟁 불씨 다시 지피나


▲ 축구 국가대표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의 명칭을 두고 불거진 논쟁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재연될 것인지 관심이다. 사진은 2002년 4월 1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 '붉은 호랑이' 개명을 위한 가두 시위 장면. ⓒ뉴스앤조이 이승균


해묵은 '붉은 악마' 명칭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현안으로 꼽히는 자살·범죄·실업률 증가 원인이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Red Devil)'의 명칭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 됐다. 또한 한반도가 태풍 '루사'와 '매미'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은 마귀 문화에 참여한 결과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런 주장은 지난 6월 4일 서울과 대전 등의 지역에서 열린 'Again 1907'에서 방영된 '붉은 악마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동영상을 통해 제기됐다. 이 동영상은 한국기독교방송문화원(KCMC·원장 윤석전 목사)이 제작했다.

이 동영상에서 도움말을 한 손종태 목사(뉴와인 발행인)는 “'붉은 악마'란 명칭은 악한 세계를 이끌어가는 귀신의 리더를 말한다”며 "이 명칭이 일반적인 어둠의 영역이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사탄과 마귀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름은 개인과 단체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해 ‘붉은 악마’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동영상에서는 요한계시록 12장 3절의 '붉은 용'이 사탄을 말하며, ‘붉은 악마’의 모습이 성경에 나오는 사탄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조재국 교수(연세대)는 "사람들의 주제어가 악마니까 그들의 가치나 행동도 악마적인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파괴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붉은 악마 어둠의 열매'라는 소제목을 붙인 동영상의 후반부는 ‘붉은 악마’를 비롯한 마귀 문화의 범람이 이 땅의 어둠의 열매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어둠의 열매’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에 자살율과 실업률 등이 높아졌다는 점과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동영상은 또 한국이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6년에 비해 2000년에는 감소했지만, 월드컵이 개최되던 2002년부터 증가해 2004년에는 인구 10만 명 당 25.2명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혼율 역시 2002년 월드컵 이후 15%나 증가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살인·강간 등의 주요 범죄율과 실업률이 증가하고 정치계 분쟁과 이념 대립이 깊어지는 이유도 ‘붉은 악마’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태풍 등 자연재해도 ‘붉은 악마’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동영상은 2002년 246명이 사망하고 5조 4696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힌 태풍 '루사'와 2003년 127명이 사망하고 4조 4082억 원의 피해를 입힌 태풍 '매미' 역시 ‘어둠의 열매’라고 지적했다. 손 목사는 "이 모든 것들이 2002년 붉은 악마라는 어둠의 영들에 참여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땐 그랬지] 2002년에도 불거졌던 '붉은 악마' 논쟁

기독교계의 ‘붉은 악마’ 논쟁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제기됐던 것. 당시 기독교계는 '붉은 악마'에 대응하는 서포터즈 구성 및 ‘붉은 악마’ 명칭 변경 운동을 전개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본격적인 활동은 월드컵 개막 40여일 전인 4월부터. 그 달 1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당시 대표회장 김기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당시 총무 김동완)는 물론, 월드컵 관련 선교단체 등이 나서 “전 국민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명칭으로 응원단의 명칭을 변경하라”고 촉구하고, “부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악마보다는 ‘붉은 호랑이’가 좋겠다”라고 제안하는 집회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갖기도 했다.

또한 '붉은악마 응원단 명칭변경 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길자연 목사)를 결성,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운동을 펼친 바 있다.

명칭 변경을 위한 대회는 4월22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열렸다. 교계의 중진들이 대거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명칭 변경을 위해 법적 대응은 물론 청와대에 공식 항의 방문을 하자”는 식의 극단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찬송가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부른 뒤 중진들이 쏟아낸 발언은 다음과 같다.

-김기수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 “악마는 계시록에 보면 용, 뱀, 마귀 등으로 표현된다. 악마를 한국 교회가 나서서 잡아야 한다. 마귀를 쳐부수고 승리의 아침을 맞이하자.”

-최성규 목사(순복음인천교회) : “최근 개명 운동을 하니까 축구대표팀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코스타리카 전(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차두리, 최태욱 선수도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응원단 명칭 개명운동은 종교운동이 아니라 나라사랑, 축구사랑 운동이다.”

-이만신 목사(한기총 직전회장) : “악마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이상, 16강은 불가능하다. 이름을 바꿔서 하나님이 도우셔서 승리했다는 말이 나오게 하자.”

-지덕 목사(한기총 명예회장) : “붉은 색도 좋지 않다. 나는 부산침례병원 이사장이다. 노조가 매는 붉은 띠가 보기 싫어서 매지 말라고 하니, 이제는 매지 않는다.”

-김용근 목사(명칭변경추진위원회 사무총장) : “현재 방송 3사를 대상으로 ‘붉은악마’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을 부탁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1200만 개신교인이 나서서 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

물론 교계에서 ‘붉은 악마’ 반대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당시 공동대표 강영안 김인수)의 강영안 교수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악마’를 종교적인 의미의 ‘사탄’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의 활동이 반종교적·반기독교적인 색채를 띤다면 모를까, 교계가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개명운동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하나의 유사종교(類似宗敎)처럼 되는 것을 주목하고 여가 선용, 건강 증진과 같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봉호 교수(당시 서울대, 현 동덕여대 총장)도 "‘붉은 악마’라는 이름을 바꾸는데 기독교가 집단적으로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교회가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이를 외면하고 쓸 데 없는 곳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백도웅 목사(KNCC 부총무, 현 KNCC 총무)는 "물론 나도 '악마'라는 단어는 싫지만 이보다 더 싫은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자세이다"라며 "문화를 보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완충의 대안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편 2001년에는 ‘붉은 악마’에 대응하는 ‘백의천사’ 응원단이 조직돼 눈길을 끌었다. ‘백의천사’ 집행부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악마'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한 백의천사 응원단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간다며 포부를 밝혔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활동을 접었다. 후에 교계는 ‘붉은 악마’의 명칭 변경 운동으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그 대안은 ‘붉은 호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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