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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4 (14: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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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1월 19일.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맨 처음 본 것은 죄수복을 입은 엄마. 말을 떼자마자 이곳이 ‘수용소’라는 것을 알았다. 슬픔이나 분노, 즐거움과 사랑이란 단어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 눈 뜨면 일하고 때리면 맞아야 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바깥세상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은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22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신동혁 씨(26)다. 신 씨는 평남 개천의 정치범수용소 출신으로 부모님이 무슨 죄목으로 수용소에 끌려 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일 잘하는 사람 뽑아 ‘표창결혼’

“수용소 내에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결혼을 시켜준다. 수용소 안의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이 ‘표창결혼’이다. 주변에서 이렇게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우리 부모님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는 10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신년이나 특별한 날 ‘표창휴일’을 받아 아버지가 가끔씩 집에 들렀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5일 정도 같이 생활하다가 따로 살아야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있는 곳이 ‘수용소’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나 조상들이 죄를 지어서 여기에서 살게 됐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안 들었다.”


“우린 반동으로 취급받는 사람”

신 씨는 10살 이후 남자들만 사는 단체 숙소에서 살아야 했다. 그때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12시간씩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7살이 되던 해에는 수용소 안에 있는 인민학교에 입학했다.

“학년이란 것이 의미가 없다. 학교를 마치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 고등중학교 때부터는 아침부터 일하러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농촌지원과 도로수리, 탄광 지원, 화목(나무) 수집 등의 일을 했다. 일이 힘들어서 하기 싫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일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더 어려운 일을 하게 된다.”

수용소 안에서는 이들을 감시하는 보위부원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보위부원들과 마주치면 비켜서서 인사를 해야 했다. 수시로 매를 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보위부원에게 당했던 가장 큰 처벌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고문이나 구타 등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일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옥수수밥과 염장(소금)국만 배급받았다. 수용소에서 탈출할 때까지 다른 음식은 구경도 못했다. “항상 배가 고팠다. 쥐를 잡아먹기도 했다.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다들 허기져 있었다.”


“엄마 공개처형 보면서 슬프지 않아”

신동혁 씨가 14살 되던 해 어머니와 형이 수용소 탈출을 시도하다 공개처형을 당했다. 신 씨는 맨 앞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신 씨도 어머니의 탈출 시도로 고문을 받았다. 보위부원들은 14살 소년의 손과 발을 묶어 천장에 매달고 등 밑에 화로를 놓았다. 그때 고문의 흔적이 등에 선명히 남아 있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 12시에 취침하고, 하루 종일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점심식사를 하는 1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고 한다. 저녁에는 담당 보안원이 생활총화를 진행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매를 맞아야 했다.

신 씨에게 완전통제구역인 14호 수용소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 와서도 수용소 있는 착각”

한국에 와서도 수용소의 악몽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나원에서 한 달 생활하는 동안 계속 악몽을 꾸고 잠도 잘 못잤다. 병원에 입원하게 됐는데 우울증이라고 진단 받았다. 두 달 정도 입원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게 된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내가 관리소를 벗어난 것인지 믿기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그런 착각을 할 때가 많다.”

갑작스럽게 자유를 찾은 그는 아직도 세상이 어렵고 낯설기만 하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긴다. 아무것도 접해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목적도 정하지 못했다.”

초점을 잃은 그의 눈빛 속에서 아직도 수용소 안에 갇혀 있을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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